오늘 오전부터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막바지 가을이 가는 모습에 울적해졌다.
출근길 연희동 숙소에서 연남동 경의선 숲길을 지나 홍대입구역으로 걷는 삼십여분이 운동도 되고
내가 사는 동네의 변화도 볼 수 있는 시간인데 그도 짐이 있거나 시간이 촉박하면 마을버스를 타고
신촌역으로 간다. 잠에서 깨어 나는건 언제나 새벽 네시경이지만 일어 나서 매일 하는 성경읽기와
좁은 방 청소를 하고 이것 저것 하다 보면 예의 성격이 나오는거다. 성질은 급해 화가 많지만 동작이
느려 군대 훈련소에서도 애로가 많았고 운동을 전혀 안해 짧은 거리 교장을 구보로 갈때 그도 단독군
장에 낙오를 했었지. 지금 이렇게 일하고 비번날 돌아 다니는게 신기할 정도로 변한거다. 모르는이들
은 부지런하다고 하는데 속으로 민망하다.
어제는 퇴근하고 남대문시장에 가서 몇번 갔던 단골 시곗방에서 십여년 된 시계가 가다 서다해 부속
을 갈아 더차기로 하고 그후 일정이 비어 숙소로 정오쯤 들어가 점심겸 숙면을 위해 한잔하고(핑계임)
세시간을 자고나니 답답해 나가 홍제천을 걷다 보니 올해 여름에는 나간적이 없다는 걸 산책길의 변
화를 보고 알았다. 뭘하고 쏘다녔는지 모르겠어 반성도 하고. 한강공원 망원지구까지 나가 한강의 밤
경치도 둘러 보고 망원동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 가니 밤 열한시가 넘었다. 그래 늦은 저
녁을 먹고 푹자고 일어나 오늘 아침도 거르고 출근을 했다.
며칠전 일로 마눌은 아직도 삐져 내가 어제 보낸 사진도 지금껏 보지도 않는다. 숫자가 남아 있어도
보기는 한다는데 모르겠다.
좀전에 동생이 보낸 문자를 보니 그동안 울산에서의 삼년 근무를 마치고 다음주에 올라 온다고 했다.
삼성물산에서 정퇴를(2015, 1958)하고 전공도 괜찮고 실력도 있어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 나보다 젊
으니 잠깐 쉬는 동안 다시 일자리를 찾으라고 했다.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 걱정은 안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내일은 우리 안식일인데 온라인 예배로 대신할 거고 오후에 일산 킨텍스에 들러 울진에서 사과농사
와 농민운동을 하는 분을 잠깐 보고 와야겠다.
나는 바빠야 잡념도 사라지고 조울증도 다시 안올 것이다.
-2020. 11. 13.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이제 안식일이 시작된다.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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