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람의 운명.

연희 나그네 2025. 6. 30. 22:41




어제 오전에 받은 한통의 문자가 나를 슬프게 했다. 요즘은 故人 본인의 이름으로 부고가 오는지 꽤 되었지만 어제 받은 賻蔭은 생각도 못한 이름이라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집안 조카이고 그 어머니신 형수님께서 살아 계시고 딸셋에 외아들이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다. 그리고 신길동 고향에 살던 1980년대 고교 삼학년 대입을 앞두고 진학도 하지 않은 내게 형수님이 전화로 형님네 집으로 올라와 조카에게 도움말을 부탁받아 나름 진솔한 얘기를 해줬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형수님께서 내게 그 청을 한 것은 비록 공부를 하지 않아 대학진학은 못했지만 국민학생부터 당시 유행했던 과외한번 받지 않았어도 한반 80명이 넘던 동급생중 10등 초반을 해서 동네에서 똑똑하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형님도 남자형제가 없어 집안 동생들에게 잘 대해 주셨고 형수님도 본이 착하시고 역시 집안 시동생든에게 정성으로 대해 주시고 내 느낌으로 내게는 형도 없고 낳아준 엄마도 일찍 잃어 더 잘해 주셨을거라 싶다. 그렇게 조카는 고대에 진학을 하고 열심히 공부해 아마도 직장도 좋은데로 가지 않았던가 싶다. 그리고 몇 해 한 번씩 전화통화를 하다 언제부턴가 전화연결이 안되었는데 이제보니 아마 아픈 후였던거 같다. 태어 나는 때는 순서가 있어도 떠나는 때는 순서가 없다지만 나이 아래 조카를 먼저 보내 가슴도 아리고 더구나 형수님이 살아 계셔 한 번 뵈어야 하는데 어떻게 뵐까 먹먹하고 한편으로는 내게 장가를 둘고 서방님이라 불러 주는 유일한 형수님이라 더 뵙고 싶은데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근무지에서 당직중 가요무대를 보자니 전에는 채널을 돌리던 이 프로가 거부감이 적어진걸 보니 나도 오래 살았구나 느낀다.
내일 사일장을 치르는 조카의 남매가 어서 짝을 찾아 조카를 보내고 남는 조카며느님의 외로움을 덜어 주기를 바라며 박동근의 冥福을 빈다. 그만 잘 쉬거라.
-2025.6.30 근무지에서 아저씨가.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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