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며칠 째 고온다습해서 견디기 힘들었는데, 비번 날 숙소는 33도가 넘게 더웠고 근무날 평일 낮에는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심하게 더위를 타는지 에어컨 설정온도를 22도까지 내리기도 해 바로 우리 주임자리 뒷벽에 걸린 벽걸이 에어컨에서 냉기가 내려 쪼인다. 오후 다섯 시 반이 되어서야 주간근무 동료와 사무실 실장과 경리가 퇴근을 하고 우리 주임이 기계실을 비우고 지하 1층 사무실로 올라가 저녁 근무를 한다. 사무실에 R형 복합수신기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근무지만 주상복합아파트 지상면적이 원체 좁아 사무실이나 기계실이나 비좁기는 마찬가지고 건물 설계자들이 실제 완공이 되어 생활하는 걸 감안을 하지 않아 관리자들이 생활하기가 불편한 것은 건축면적이 넓은 곳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대지가 좁아 더한데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견뎌야 할 애로사항이다.
- 쉬흔여섯 번째 이야기.
그렇게 목동의 24층 오피스텔에서 자진퇴사를 하고 아마도 동대문 의류도매상가로 갔을 터인데 거기로 가게 된 내력이 재미있지만 결국 나를 면접을 보고 뽑았던 그 소장대행 소도둑 닮은 물건이 계약연장을 하겠다고 하고 종료 무렵 말을 뒤집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연락을 받아 오라는 날에 가서 면접을 보는데 내가 보낸 이력서 사본을 복사해 앞에 놓고 내 글씨로 이력서 작성을 한 게 눈에 띄어 연락을 했다고 했다. 지금은 내가 이력서를 타이핑을 겨우 해서 작성을 하고 이메일로 보내지만 그 당시에는 인쇄된 이력서 서식에 내 글씨로 작성을 해서 문방구에서 팩스로 보냈던 시기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근무를 시작하는데 당시에 벌써 동대문 의류상가가 쇠퇴기에 들어섰고 그 상가는 짓기 전 분양을 할 때부터 문제가 생겨 전국적으로 알려졌던 상가여서 겨우 명목을 유지했고 관리인원의 급여도 업계 평균으로 인상을 할 수 없어 인원만 유지를 하고 있었고 급여 외에는 커피나 생수지급도 안 되어 직원들끼리 적은 액수지만 걷어 쌀과 커피, 생수를 사서 먹었다. 각자 반찬은 집에서 가져오고. 그러니까 장기근속(3년여) 네 명 외의 서너 명은 계속 들락거리고. 그리고 우리가 소장이라 부르고 나를 면접본 그 소도둑모양은 거기 입사할 때 영선직원으로 들어와 당시 소장에게 지극정성을 다해 그 소장이 용역회사에서 일부 상가지분을 가진 상태라 상가 관리실로 가고 그 대행을 맡아 실속은 없이 전기나 방재직원들에게는 큰소리도 못하고 우리 기계담당 직원들에게만 상사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뽑아 놓고 사리에 맡지 않는 지시를 하다 내가 지적을 하고 바른 소리를 하는 바람에 직원들 앞에서 망신도 되고 말로는 당할 수가 없어 생각하고 고민 끝에 계약연장 걱정 말라하고는 바로 전에 덩치값도 못하고 번복을 하고 말았다. 내 또래 주임이 박형 한번 잘못했다고 하고 같이 있어 봅시다 하는 걸 뭘 잘못한게 있어야 저런 물건에게 잘못했다 할거 아니냐 하고 결국 나오게 된다.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신고를 할 수 있었지만 그 이전이나 그 때나 지금이나 남은 동료들 생각해 못하다 작년 바로 이맘때 내 친동생의 고교동창에게 갑자기 해고를 당하고 처음으로 신고를 했고 일부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당시 근무자 중 한 분과는 지금도 연중 한두 번 소통도하고. 아마도 바로 전부터인지 그 뒤부터인지 나의 근무지 순례는 지금까지 진행형이다.
- 오늘 여기까지.
오늘 아침 퇴근하며 나자신과의 약속 한 가지, 오늘까지 사놓은 라면을 끝으로 그만 먹기로 작정을 했다. 작은 키에 자꾸 나오는 뱃살이 나를 슬프게 하고 보는 이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하기 때문에. 마포학습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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