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루한 일상.
오늘 여기 근무한 지 여섯 번째 날이다.
화요일 일과가 지난주 금요일에 이은 정화조 점검이라 오후에 지하 4층 기계실에서 가파른 철제 벽부착 사다리 계단을 올라 방화문을 밀고 들어가 두 군데 사진을 찍고 먼지 투성이 정화조를 나와 역으로 사다리를 내려왔다. 건물 이름은 아파트지만 강남 삼성동 사거리 요지라 일반건물 형태고 여유공간이 없어 지하 4층기계실에서 한층 위에 정화조가 있는 구조다. 요즘 웬만한 공동주택 정화조는 전문관리업체에 외주를 주어 기전담당이 들어가지 않는데 여기는 가구도 60여 가구고 상가도 많지 않아 관리비 수입도 적고 아마도 관리인원 11명의 인건비도 부담인 거 같아 우리 직원이 직접 들어가 점검을 하는 모양이다. 아파트보다 외국인 관광객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그래 경비원도 없어 기전주임 둘이 근무날 밤과 새벽 상가 출입문 시건도 하고. 면접 시 상가시건과 정화조 점검을 얘기했으면 나도 오지 않았을 테지만 마침 유월 일일이라 전근무지 정리를 하고 와서 할 수 없이 근무를 하고 있다. 민원은 거의 없지만 중앙난방이라 소형 보일러 가동도 하는데 여름이라 난방은 중지되고 온수공급을 위해 보일러 가동을 한다. 소형이라 자동제어로 돌아 가지만 개별이나 지역난방 일반 아파트와는 다른 방식이다. 보통의 중앙난방 아파트는 힘들고 왜 그런지 보수도 개별난방보다 적어 아예 입사지원도 안 하지만.
여기는 기전주임 두 명이 맞교대를 하고 주간근무자 한 사람이 좁은 기계실에 같이 근무를 해서 불편하다. 그도 직급이 하나 위인데 그렇다고 자격이 더하지도 않고 다만 선임일 뿐이지만 그래도 지시를 받아야 하니 하도 일자리 이동을 해서 버텨 보기로 했다. 일자리는 계속 살펴보면서. 오늘 지원실장(관리소장)이 조금 일찍 퇴근을 해서 사무실에 올라왔다. 이제 내일 아침까지 혼자다.
- 2024.6.11 삼성동 근무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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