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동 일기(1,051)
오늘은 비가 내려 더위가 한풀 꺾였다.
아침 출근을 했는데 이틀 치 급여를 준다고 계좌번호를 달라고 하는 자기도 그만두겠다고 했던 기전과장의 안면몰수를 보고 짐을 챙겨 다 들 수가 없어 한 가지를 남기고 숙소로 가지고 왔다. 14년째 이 생활에 별의별 못된 대우를 받아 봤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도대체 4일 만에 그만두라는 이유도 없고 뽑을 때 관리소장의 면접도 희한하더니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사람에게 관리소장이 전화를 해 어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데 계약서도 쓰지 않았으니 이틀 치 돈을 줄 테니 그만두라고 했다. 그래 다시 아파트로 가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제일 근무가 오래되었다는 오십 대 영선담당이 끼어들어 똑바로 말하라고 쌍욕을 하기 시작을 했고 관리소장이 그것도 통제를 못하는 꼴을 보였다. 용역회사가 바뀌어서 월말에 관리소장과 경리담당 여직원이 그만둔다고 면접 때 미리 전화로 얘기를 했던 소장이 직원하나 통제를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냥 둔 것인지, 결국은 관의 힘을 빌려 그 물건을 밀어내고 당신들 하는 행동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으니 노동부에도 부당노동행위 신고를 할 것이고 욕을 해댄 그 물건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하고 나왔다. 그리고 오늘 일단은 주간근무를 하려고 출근을 한 것인데 그런 꼴을 당하고 말았다. 내가 거기에서 일을 하려는 생각이 아니었고 다시 일자리 찾아 나오려고 한 것뿐이다. 하루라도 쉴 수 있는 여유도 없고 또 아내까지 걱정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희들도 나하고 똑같은 입장들인데 이런 못된 짓들을 한다. 내가 다른 이들보다 덜 참기는 하지만 내가 못 견디고 나오는 데는 계속 구인을 반복하니 내 잘못만은 아니지 않은가. 나도 그냥 한 군데 정착을 하고 싶고 퇴직금과 연차수당 합해 일 년에 400여만 원을 받아 살림에 보태고 싶다. 아내가 비상금을 쓰지 못하는지 이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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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라도 풀어 놓지 않으면 내가 폭발을 할 거 같아 공개되는 일기에 풀어놓으니 너무 뭐 라지들 마시기를 부탁드린다.
- 2023. 6. 20 마포학습관 디지털 자료실에서 "연희 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