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동 일기(1,047)
오늘 아침부터 기온이 올라 무덥다.
아침 퇴근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려고 인근 종로세무서에 가서 직원들의 도움으로 사십여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세법에 따라 계산을 했겠지만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고 더군다나 우리 마나님은 반찬 가지러 집에 간 내게 퉁명스러운 행동을 해 내려오다 전화통화 중 왜 그러냐 물으니 이번에 일도 열흘이 넘게 쉰 데다 사십여만 원 세금을 내라 해서 그런다고. 그럼 벌어먹으려고 갖은 갑질에 시달려도 기를 쓰고 버티는 서빙은 무어냐, 차라리 나를 死시켜라 하고 톡을 보내고 말았다. 일반 국민들이나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적어도 강남에 아파트 한 채는 있어야 종합소득세를 내는 걸로 알고 있다 겨우 300만 원 이하 월급쟁이에게, 그도 정규직도 아닌 용역회사 소속의 근로자에게 종합소득세라니, 친구가 보낸 톡에 연금을 받으면 무조건 내야 한다고 하니 이거 울며 겨자 먹기이고 슬픈 현실 아닌가. 세무서 여직원이 어디 기부금 같은 거 낸 게 있으면 그만큼 감경이 된다고 해 먹고살 것도 모자라는데 무슨 기부실적이 있겠느냐 다만 교회 십일조를 내고 있으니 그도 해당이 되느냐, 된다고 해서 그거라도 떼어 내야겠고 그럼 작년에는 소득이 비슷한데 왜 안 나왔냐 물었다. 작년에도 나왔는데 내가 신고를 안 해서 그렇다나. 그럼 올해도 신고하지 않겠다. 추적해서 나중에 다 받아 낸다고.
그건 그렇고 가구 수도 최소고 민원도 별로 없고 구 도심이라 추억에 젖기도 좋아 이번에는 잘 왔다, 비록 제일 중요한 급여가 10만원 정도 적지만 마음고생 덜하면 되었지. 그런데 맞교대자가 오십이 조금 넘은 씽글인데 근무기간이 9년이다. 계속 같이 근무를 했던 자기를 데리고 온 근무자가 떠나 한 사람이 거쳐 가고 나를 뽑았다. 그래 다른 아파트의 경우를 본 적이 없어 자기 방식대로 하려고 하지만 나도 경력이 길고 또 나름 근무방법이 있는데 자기 근무시간에만 자기 방법대로 하는 게 정석인걸 간과하고 좋은 말로 삐져 관리소장이 내게 나이 차이도 나고 또 근무도 오래되었으니 잘 대해주라고 해 나도 어떻게 해야 하나 신경이 쓰이고 속마음 같아서는 관리소장이 몇 달 되지를 않아 교대자와 경리, 서무가 오래 근무를 했다고 너무 그들 눈치를 보는 거 아닌가 싶다. 어찌 되었든 자기가 인사권자인데 말이다. 아마도 오래 근무했다고 주민들이나 상가 주인들 그리고 입주자 대표들과 안면도 깊고 그렇다고 목에 힘을 주는 것도 있을 텐데 꺾을 건 꺾어야 새 직원도 기를 펴고 근무를 하지. 일단 두고 보면서 대응을 하자. 나도 아닌 건 아니기 때문에 정도를 벗어나면 끝장을 보는 사람인데 그걸 우습게 보거나 무시를 하면 안 되지. 전근무지를 스스로 나온 경우가 많은 건 내가 바로 잡을 경우의 수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내 식구 먹여 살리기 위해 하는 일인데 자기 기준으로 동료를 대하다 코가 깨질 수도 있거늘.
얼마 전부터 `감사일기`도 공개적으로 쓰고 있으니 웬만하면 참고 넘길 생각이다. 최악의 경우는 나도 그도 만들지 말아야 하고 그래도 인연이 있으니 만난 것이고 또 비슷한 또래끼리면 더 부딪칠 수 있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늘 얘기하지만 나는 동료들에게 내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청소나 정리 궂은일도 내가 하고 말지 강요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의 생각이나 업무방식이 나보다 좋으면 두말 안 하고 인정하고 따라간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이제 숙소로 가서 점심을 먹고 쉬도록 하자. 민원도 작업도 없어 편한고 좋은데 엉뚱한 신경이 힘들게 한다.
- 2023. 5. 17. 1980 오늘 광주만이 아니고 서울 일원과 전국에서 군부독재에 항거한 날이다. 그날 희생된이들의 冥福을 빌며. "연희 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