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919)

연희 나그네 2021. 12. 21. 23:23

 

 

 

오늘 하루 피곤했는지 저녁을 먹고 사무소 불을 켜놓은채 뒤켠 휴게실에서 한잠에 빠졌다 일어나 보니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겨우 일어나 민원일지를 마감하고 인쇄를 하는데 교대하는 동료가 뽑아 철을 하는 일지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프린트가 되어 나온다. 오늘만이 아니고 계속 그러는데 조금 창피하다. 그동안 십여년 이 직업에 종사를

하면서 액셀을 배우지 않아 생기는 현상인데 그 수많은 기간동안 컴뿐이 아니고 여러가지 자격시험 공부는 하지

않고 생활에 도움은 되지 않는 것을 하고 지냈으니 이곳에서 처음으로 민원일지를 컴에 쓰고 저장을 하고 인쇄를

하여 민원일지를 작성하는데 이십여일 열번을 하면서도 제대로 인쇄도 못하는 망신을 당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될일도 아니니 이번 기회에 신경을 써서 배워 봐야 겠다.

 

어제는 아침 퇴근해 눈내린 광경이 보고 싶어 바로 양수리로 출발 왕십리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오전에 운길산역

에 도착 물의 정원을 둘러 보고 나와 옛 중앙선 양수철교에 만들어진 자전거길을 걸어 雪景을 찍으며 양수역

까지 걷고 역앞 강물과 갈대구경도 하고 역앞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시장끼를 때우고 돌아 오는 문산행 경의중앙

선을 타고 한참을 졸고 오다 전화를 살피니 부재중 전화 한통이 찍혀 바로 전화를 했다. 8월에 잠깐 근무를 했던 아

파트의 기전과장님인데 얼마전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전화를 받았었다. 당시에 관리소장님과 두분 모두 새로 부임

을 했던 분들이 모두 그만 두었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그랬던 분이라 무슨 일인가 하고 전화를 하니 신도

림역 부근에 새로 출근을 하면서 직원이 필요해 내가 이번 근무지는 어떤가 묻기 위함이었다. 그래 고맙지만 여기

견딜만 하다고 고맙습니다 하고 무슨 인연인가 마침 아침에 자리좀 알아봐 달라는 아는 동료를 소개하겠다고 연락

을 했는데 그사이 다른데서 채용연락을 받았다고 미안하다고 일산을 와서 얼굴좀 보자고. 그래 과장께 미안하다고

문자 보내고 일산에서 동료를 만나 낮술을 마시고 얘기하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이제 그만보자 하고 돌아 왔다.

다 늙은 사내들이 성격이 비슷해 부딪치는 것 보다는 그 편이 서로 좋을지도 몰라 인연을 끝내기로 했다. 과장님이

고마운건 잠깐 같이 근무하는 동안 나를 파악하고 성질좀 죽이라던 분이 그래도 내 속을 알고 찾아 주었다는게 고

마운 일이다. 거의 처음이라 더 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와 집에 들러 마눌이 싸주는 반찬가지고 숙소로 내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출근해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고 저녁을 맞았다.

 

- 2021. 12. 21. 잠깐 몹씨 춥더니 다시 풀려 봄날이다. "연희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