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902)

연희 나그네 2021. 10. 19. 17:07

 

 

 

숙소에서 나오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갑짜기 기온이 내려가 바람불고 약간 추운 날씨에 늘 붐비는 연희로를 걸으며 온갖 상념에 빠졌다.

어제 처음 근무를 시작한 아파트의 모습과 이렇게 여러군데를 옮겨 다니는 내가 한편으로는 참 대단하

다는 생각보다 민망함이 더하다. 한군데 웬만하면 오래 다니거나 끝을 보고 싶지만 그게 내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으니 문제다. 이번에도 면접을 보고 어제 아침 출근해서 입주자 대표라는 분이 이력서

를 보고 한 얘기가 한군데 오래 있지는 않았군요였다. 그렇다고 하고는 내 맘대로 되지를 않았다고 이번

에는 오래 있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매일 사무소에 들르니 소장이 얼마나 힘들겠

나 하는 생각이 들고 참 가는데 마다 여러 경우를 본다고 혼잣말을 했다. 일반회사도 아니고 관리사무소

운영을 용역회사에 외주를 주었으면 한달에 한번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모든 안건처리를 하고 결재

를 하고 특별한 일이 생기면 그때 들려 처리를 하면 되는데 매일 아침 그도 여덟시쯤 출근을 하다시피 해

서 아홉시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소장이 거의 매일 여덟시에 출근을 하게 하는가. 주 5일, 전에는 주 6일

근무를 하는 일반직들이 퇴근을 해서 잠깐 쉬고 다시 아침에 출근을 하는 생활이 피곤하고 힘든 일이고

그래 남들은 이십사시간 근무를 싫어 해도 나는 근무 다음 비번 날 하루를 온통 쓸 수가 있어 격일제를 좋

아 하지만 한시간이나 일찍 나오게 하고 별 할말도 없이 기전주임인 나까지 앉혀 놓고 시간을 보내다 가

니 무슨 경우인지.

그리고 우리도 저녁 여섯시 업무가 끝나면 전화나 착신전환 시키고 쉬는게 맞는데 열시까지 사무소 불을

밝혀 놓고 있어야 하니 그도 그렇고 잠자리도 없이 소파에 누워 자게 하다니 별 경우를 봤지만 일단은 여

기에서 버티기로 했으니 근무를 하며 회장을 구워 삶아서라도 좀 편하게 만들어여지. 어제 아침 큰 선심

쓰듯 아홉시에 씻고 쉬라고 했듯이.

어찌 되었든 제일 나이 많은 나를 채용을 해주었으니 감사하고 그만큼 일로 보답을 해야지. 전 근무지마

다 이런 생각으로 임했지만 그건 다음이고 부당한 일에도 얼마나 말없이 임하느냐에 달렸으니 무슨 말을

하랴.

 

요즘 정치판 돌아 가는게 삼김시대 보다 못하고 외려 거꾸로 가는게 눈에 보이는데 어째 이럴까 모르겠

다. 패거리 정해 놓고 잘하고 못하는건 소용없고 그저 내 편을 정해 온몸으로 치고 받는다. 그도 평균이

상의 교육을 받고 특별 대우를 받던 자들이 한심한 짓거리들을 행하는게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 패거리들 모두 모아 부산 앞바다로 밀고 들어 가면 속이 시원 하겠다.

 

우라질!

 

- 2021. 10. 19. 조용한 학습관 자료실에서 가끔 터지는 재채기소리를 들으며. "연희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