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동 일기(879)
어제 아침 교대하는 동료의 휴가로 조금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고 가던 중에 집에 들러 반찬을 가져 가라는
톡을 받고 어쨌든 마눌과 소통을 해야 해서 신촌 이마트에 들러 생수 두통을 사고 톡으로 지금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 간다고 하고 집에 가서 전화를 두번해도 안받고 가볍게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 평화교회에
서 잠깐 걸어 갔지만 더워서 더 있을 수가 없어 화가 치미는 상태로 간신히 숙소에 가니 그때서야 전화가
오길래 받지를 않았다. 어떤 이유든 그 더운데 미리 통지를 하고 갔으면 바로 문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톡으로 보내던가. 배도 고프고 덥고 차비도 떨어져 간당간당한데 그 하루치
급여를 내 계좌로 받았다고 삐질 일이냐 말이다. 설사 일부러 하루치를 내가 썼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거
다. 내가 벌지 않으면 십원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 이 늙은 서방에게 이럴 수는 없는거다. 오늘 아침 출근 할
때도 천원짜리 한장하고 백원짜리 다섯개가 전부라 아침 출근 할때 홍대입구역까지 버스도 못타고 걸어 가
서 공항철도를 타고 왔는데 운동삼아 걷는 때와 느낌도 다르고 이 무슨 지랄을 하고 있나 모르겠다 싶었다.
밖에서 갖은 갑질에 시달리며 돈벌러 다니는 서방에게 말도 안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반찬과 차비는 보
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반찬도 무겁다고 꼭 쇼핑센타 보관함에 넣어 놓고 내가 가서 찾아 와야 하고 조금
더 걸어 내 숙소에 가져다 주면 몸이 부서지는가.
아주 오래 전 결혼 초에 부천 역곡에서 장사를 할 때도 점심먹고 저녁 열두시가 다 되어 집에 갈 때도 한번
도 밥을 가져다 준 적이 없어 장모님이 한번 나같으면 밥을 가져다 주겠다고 한적이 있다. 가뜩이나 잘 먹는
내가 얼마나 배가 고팠겠는가. 그러니 서울 떠나 아는 이들 없는 곳에서 아무 일이나 해서 먹고 살겠다고
자리 잡아 좀 있다고 텃세하고 무시하는 것들이 싫어 매일 저녁 한잔을 하고 지냈다. 그러다 보면 부딪치기
도 많이 했고.
어떤 이유든 지금도 세끼를 내가 해결하고 지내는 세월이 한심하다. 다 내 탓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
니다. 새로 근무하는 여기도 아직 입주 후 안정도 안되고 이번 달에 새로 용역계약을 하는데 어찌 될지도 모
르고 불안한 상태고, 마눌은 저렇게 꼬장을 부리고 늙으니 누구에게 얘기 하기도 그렇고 고립무원이다.
C8.
-2021. 8. 6. 안식일이 시작 되는 날 나는 이렇게 욕이 나온다. "연희 나그네"-
(방금 보니 톡을 보냈는데 저는 한개도 잘못이 없고 내가 잘못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