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861)
연희 나그네
2021. 6. 28. 19:26
하교길에 사라진 고등학생이 끝내 죽음으로 돌아 왔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가. 아무리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학생일 때가 공부하기는 힘들다지
만 제일 좋을 때가 아닌가 싶은데 애석한 일이다. 어디 숨어 있다 고개 숙이고 나타 나기를 바랐건만.
그 부모, 특히 진로문제로 조금 부딪쳤다는 아버지는 어떻게 살라고. 이 더운 날씨에 인적없는 산으로
들어가 그렇게 허망하게 갈 것을 왜 문자는 남기고 갔는가 참 기가 막히다. 부디 생을 마감하고 떠난 그
곳에서라도 평안하기를 바라마.
이곳에서 근무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아 마음은 온통 일자리 구하는데 가있고 이왕지사 조용히 가려 하는
데 여기에서 9년째 근무하는 직원이 나이도 육십이 되고 지난 번 아들 장가도 보냈지만 오늘 아침 회의
에서도 내게 뭐라 하고 토요일에도 건방을 떨어 참느라 애가 쓰였는데 그래 그래도 당신처럼은 살지 않
는 내가 당신보다는 한수 위다 하고 참았다.
오늘도 세군데 이력서를 보내고 이제 지하 주차장 바닥 재도색 작업도 오늘로 끝났으니 도료냄새도 사라
질테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가겠지.
오후 내내 비가 내려 습도도 높고 구질 구질 마음도 구질대고 이제 저녁을 먹고 쉬도록 하자.
-2021. 6. 28. 술에 취해 비명에 간 대학생, 그리고 스스로 마감한 고교생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연희
나그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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