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동 일기(827)
어제 일찍 숙소로 들어가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를 조금 많이 마셔 오후 다섯 시 무렵에 잠이 들었다 깨
니 밤 열두 시 무렵이었다. 속도 쓰리고 목은 마르고 물을 마시고 잠깐 알림 확인하고 다시 잠들었다 아마 세
시경 다시 일어나 일찌감치 성경 읽고 다시 알림 확인 댓글 달고 잠깐 자고 일곱 시에 일어나 밥 녹인 거 김
칫국에 말아먹고 나와 집 근처 연희동 사진관까지 가서 오늘 쉬는 날이라 출입문에 꽂아 놓은 신문 빼어 들고
학습관에 오는데 하늘이 새파란 게 꼭 가을 날씨 같았다. 습관처럼 사진 몇 장 찍어 올리고 걷는데 홍대 앞에
있던 일본 브랜드 저가 옷가게가 3. 23일부로 문을 닫은 게 보였다. 2층까지 꽤 큰 규모였는데 반일에 속수무
책으로 견딜 수 없었나 보다. 명동도 진작에 닫았고 자기들이 자초했으니 아마 할 말도 없을 거다 그래도 정
신 안 차리고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겨 대는 O바리 근성은 지구가 문을 닫아도 고치지 못할 망발들이다.
어제오늘 든 생각이 이제 정말 나이에 걸려 취업이 어려울 테니 혼자 있을 곳에 잘 골라 들어가면 입 다물고
견뎌내야지 안 되겠다. 그나마 식구들 밥 굶기겠으니 벙어리로 살 각오를 해야지. 이제 이력서도 가능성이 없
으면 아예 보내지를 말고 정말 몇 군데 직접 들고 가봐야겠다. 이제 5일 차이니 너무 속 끓일 일도 아니고.
이제 나가서 오늘은 춘천으로 강바람 쐬러 간다. 그나마 차비가 안 드니 다행인데 노인요금을 정부에서 부담
하라는 지하철노조의 주장이 부담스럽다. 그러는 저희들도 무임승차를 하면서 말이다. 이래 저래 나이 먹은
니 서러움이 따른다. 그래도 어쩌랴 되돌릴 수도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