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동 일기(825)
실직 이틀째,
새벽에 일어나 성경읽고 혈압약 한알 넘기고 라면도 한개 끓여 먹고 홍제천으로 걸어 한강에
다녀 오려고 숙소를 나서 걷다 사전투표가 생각나 연희동주민센타에 가서 투표를 마치고 홍제천
으로 내려가 얼마 걷지도 못하고 나이 먹은 꼴통 노인과 시비가 되어 결국은 파출소를 거쳐 서대
문 경찰서까지 다녀 오게 되었다. 산책중 커다란 흰개를 데리고 나온 젊은이가 산책로 아래 풀밭
에 똥을 누이고 그냥 올라와 가길래 그냥 가면 어쩌냐 물었는데 뭐라고 대답은 하고 그냥 갈길을
가고 뒤따라 오던 나이든 아주머니가 왜 그러느냐 똥뉘고 그냥 갔느냐 물어 그렇다고 하는데 개
를 데리고 뒤따라 오던 나이든 남자 노인네가 또 물어 이런일로 얘기중이라고 하니 에이 걸음되
겠네 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 이 좋은데를 그러면 되냐 그래도 계속 주접을 떨어 결국은 시비
가 되었다. 나도 오지랍이지만 이 인간은 나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말 사람에게 이런말 하면 안되
는데 개보다 못한 인간이다. 갖은 욕에 결국은 나보고 쓰레기라고까지 했다. 나도 한성격 하는데
내 멱살까지 잡고 나를 때리려고 하고 결국 내가 112신고를 하고 기다리던중 그냥 가는걸 못가게
하니 때리다 안경까지 떨어져 다리가 파손이 되었다. 40분을 기다려, 세상에 아무리 천변이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경찰도 한심하고 결국은 파출소에서 조서 작성하고 서대문서에 넘겨
처벌하라고 하고 나왔다. 나나 그 인간이나 고치지는 못해도 내게 경거망동한 벌은 받아야 다시
는 그런 짓은 안할 것이다.
나도 더 참아야 하지만 살다 정말 별인간을 다보고 말았다.
이제 학습관에 와서 구인보고 이력서 다섯군데 보내고 일기를 쓴다. 배도 고프고 숙소로 가서 밥
도 먹고 좀 쉬고 나와야지.
-2021. 4. 2. 사전투표를 하고 못볼 꼴을 본날에. "연희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