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동 일기(811)
아침 퇴근해 마포학습관으로 바로 오는길 학습관 현관에서 담장을 너머 바로 자리한 우동집을
지나는데 유리창 안에서 밀가루 반죽을 밀어 대는 머리를 흰두건으로 가린 청년을 보고 가까
이 다가가 잠깐 들여다 보고 눈이 마주쳐 오른손으로 최고 표시를 해주고 사진을 찍어도 되겠
냐 물으니 웃으면서 그러라는 허락을 받고 사진을 몇장 찍고는 한번 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학습관으로 들어 왔다. 얼핏 보기에 우리 아들 또래로 보였는데 가게 문을 열기 전에 준비를 하
는거 같았고 그동안 오래본 가게지만 들어가 본적도 없고 또 면을 뽑기 위해 너른 반죽을 손으
로 만드는 것도 처음 봤지만 정말 아내와 한번 가봐야겠다. 어제 톡으로 감기 기운이 있어 안식
예배도 못갔다는데 오늘 상태가 괜찮으면 White Day 라니 나도 우동을 좋아 하고 같이 먹으러
나와야 겠다. 젊은이들이 무슨 분야의 일이든 열심히 하는걸 보면 남의 자식이라도 대견하고 기
특하고 보기 좋다.
지난 11일 근무날 저녁에 민원이 들어와 세대 방문을 해서 점검을 했으나 우리가 해결할 문제
가 아니라 외부업자에게 의뢰를 하세요 하고 나오다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하는 바람에 내또래
사모가 기분을 상해 내게 직접 얘기는 안하고 남편에게 하고 남편분이 경비실에 찾아가 경비분
이 기계실로 연락하는 과정에서 그분하고도 언짢은 얘기가 오가고 결국은 남편분을 만나 사과
를 하고 뜻은 그게 아니었고 또래 분이라 일반적인 얘기를 했지만 무조건 잘못 했다 하고 내려
왔다. 입이 언제나 문제다. 조심 조심 해야지.
오늘 아침 교대를 하면서 동료들과 나눈얘기 여성들은 절대 미안하다 잘못했다를 안한다고 했
다. 나는 우리 마눌만 그런줄 알았다. 여성 공통이라니 앞으로는 웬만하면 그러려니 해야겠다.
ㄲ ㄲ ㄲ .
-2021. 3. 14. 화이트데이 아침에 학습관에서. "연희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