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김장하는 날.
요즘은 김장을 안하고 사서 먹거나 조금씩 수시로 김치를 담궈 먹는집이 많다고 하지만 우리집은 아직
해마다 김장을 담근다. 환갑이 넘은지 삼년이 지나고 기초체력도 없어 절절매고 살아도 자기 손으로 김
장을 담구는 마눌이 고맙기는 한데 아마도 사먹고 싶은걸 서방이 김장을 하자고 하면 우리 마눌도 역시
사먹고 말겠지만 그래도 고맙고 좋다. 내 식성이 밥이든 반찬이든 웬만하면 잘 먹는데다 김치귀신이라
할만큼 김치를 좋아 해서 간이 심심하면 맨입으로도 김치 한대접을 먹을 정도로 어려서 부터 좋아 했다.
전에 단칸방에 살때도 직접 배추를 사서 소금물에 하루를 절이고 그 좁고 추운 밖에서 세번 씻어 김장을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절임배추를 주문해 배추속만 장만해 하는데도 아직도 큰일이다. 그리고 김장을 하
면 동네잔치였든 세월도 살았던 나는 엄청나게 추웠으나 두꺼운 옷도 없던 매서운 겨울이었지만 그 시절
이 점점 그립고 돌아가 보고 싶다. 물론 희망사항이지만. 아마도 그 시절로 돌아 가면 못산다고 아우성들
을 치겠지.
이제 퇴근해서 홍대앞 동교동삼거리 단골칫과 부터 들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금니 아픈지 열흘이 지나
부분틀니도 못끼우고 지냈어도 병원가기가 싫어 버텼는데 이제 더 버틸수가 없어 가야 한다. 근본적인 치
료를 해야 하는데 큰 돈이 드는일이라 바로 할수도 없고 치료하면 몇달은 견디겠지만 다시 아플텐데. 그
리고 오후에는 혈압약 처방도 받아야 하고. 잔병치레 한번 없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병원에를 다니니 인생
이 이런건가 싶지만 다들 이렇게 산다지, 이렇게 서글프게.
이제 집으로.
-2020. 11. 24.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되는데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해야지. "연희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