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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아파트 문화.

연희 나그네 2020. 9. 6. 18:25

 

 

 

2002년에 이문동 외대앞의 손바닥만한 가게에서 옷과 모자 가방을 팔다 두사람 인건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나오지 않고 다른문제로 머리가 아파 일자리를 알아 보았으나 직장생활

이력도 없고 그렇다고 공고 건축과를 다녔으나 졸업후 잠깐의 경력 뿐이고 늦은 결혼 후에

맨손으로 장사로 먹고 살았으니 막막했다. 그래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못견딜 정도라 당시의

정보지를 보고 건물관리쪽 일을 하게 되었다. 시설관리분야도 알고 있었지만 그때까지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달려들지 못해 자리만 지키는 일을 시작을 했다. 나중에 보니 바로 시설관리

일을 시작 했으면 고생도 덜하고 어떤 자격증이라도 갖추고 좀더 나은 생활을 했겠지만 원래

성격이 추진력도 없고 도전정신도 없어 그 일을 무려 팔년을 하고, 중간에 안사실이 내가 조

울증이 있다는 거였다. 그걸 알아챈 사람이 바로 마눌이었고. 조울증과 우울증이 다른건 우울

증은 한없이 가라앉는 것이고 조울증은 어느 기간 가라앉았다 다음에는 반대로 기분이 한없

이 좋아 져서 반기지 않아도 어디든 누구든 만나러 다니고 괜히 자신감이 생겨 의욕이 넘치는

시간이 이어지는 거다. 문제는 이 기간이 길어 지고 옆에서 누가 도울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계기가 되어 본인이 스스로 일어 날 수밖에 없고 증상이 심해 병원에 입원을 해도 치료

약도 없고. 병원에서 주는 약이 독한 신경안정제 뿐으로 알고 있어 큰 도움도 안되고 잘못 하

면 약에 중독이 될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그래 그 일을 하다 십년전에 자리를 옮기느라 면접을 보러 갔더니 시설관리 기계기사를 뽑는

데 급여가 너무 적어 시설로 뽑지를 못하고 그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 해서 좋다 해보겠다 해

타의로 시설관리 일을 시작을 했다. 그 뒤로 벌써 십년이 지나고 이제 또 일년이 되어 간다.

 

오늘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바로 무려 십팔년전의 아파트 주민들의 의식이나 지금 18년 후

2020년의 아파트 주민들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없다는 거다.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급여가 적

었어도 인원이 지금의 두배는 되었는데 최저임금 적용을 해서 급여는 올랐으나 당시의 인원이

반정도로 줄었다. 그런데 주민들이 요구하는 민원은 당시의 수준을 원하니 지금 우리들이 힘이

들 수밖에 없고 그 때나 지금이나 소위 민원제기를 하는 분들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아파트 관리규약에 출입문 안쪽의 고장수리는 공용부분이 아니면 세대에서 해결을 하게 되어

있지만 알아도 전화, 몰라서 전화, 내가 당신들 급여를 주는데가 입에 발린 분들께 얘기 하고

싶다. 그냥 주는 급여냐고. 오늘도 보안근무자가 전화를 해서 O동 OOOO호 주민분이 자기는

누가 자기집을 방문하는게 싫으니 저녁 여섯시에 집앞에 전구를 가져다 놓으라고. 여기의 형광

전구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FL등이 아니라 우리가 전구를 준비해 놓고 갈아 주면 확인증을 받

고 관리비에서 정산을 한다. 물론 을지로가 가까워 사다 직접 가는 분들도 간혹 있고. 그런데 안

정기가 등에 내장이 되었는데 오래 지나 전구를 갈아도 불이 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거까지

는 못해 주니 전구를 집앞에 놓으면 확인증도 못받지만 자기들이 끼워보고 불이 들어 오지 않으

면 또 가서 받아 와야 하니 말이 않되는 요구다. 별 경우를 다 보는데 이 정도는 오늘 처음이다.

우리 나라 주거비율로 아파트가 반을 넘었는데 아직도 아파트 주민인걸 무슨 대단한 걸로 알고

갑질인지도 모르고 갑질을 하는 극히 소수 주민들 때문에 공동주택 도우미들이 너무 힘들다. 바

로 몇달전 경비분의 억울한 죽음이 십여년 전에도 있었고. 바뀌질 않는게 문제다.

물론 대다수 주민분들은 예의도 지켜 주고 말이라도 고맙게 해서 우리가 견디지만.

 

그래도 아파트 주민들이 내는 관리비에서 우리가 급여를 받아 생계유지를 하니 나는 늘 내집 일

로 생각하고 일을 한다. 누가 알아 주면 좋지만 그러지 않아도 그만이고.

우리 아파트 주민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소망한다.

 

-2020. 9. 6. 태풍이 지나 가느라 일부지방은 바람이 심하다. 모두 조심.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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