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은.
내일 7월 3일은 1987년 이후 내 평생 잊을 수가 없는 날이다.
바로 그날 휴일도 아닌 화요일, 서른넷 나이에 서른하나 색씨를 맞아 장가를 간 날이다.
칠남매의 손위 누이 넷에 남동생 둘이 있고 동생중 바로 아래는 이미 일년반 전에 먼저
장가를 가서 제수씨와 사이에 그해 5월에 딸을 낳은 상태였다. 그 조카딸이 지난 일월
시집을 갔다. 요즘은 늦게 결혼을 해서 별일이 아니지만 당시의 신랑신부 나이는 늦은
결혼이었다. 신랑은 결혼준비가 전혀 안돼 늦었고 신부는 좋은 혼처 마다하고 자기 맘에
드는 사람에게 간다고 늦었는데 결국은 빈껍데기에게 시집을 왔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
나 나는 누구에게도 나를 속이거나 없는걸 있다고 하거나 있는걸 없다고 하지 못해 솔직
하게 얘기를 했는데 아마도 하나도 숨기지 않은걸 보고 믿고 왔겠지만 자기 발등을 찍은
결과가 되어 엄청 고생을 했는데 나중에 한얘기 장모님이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 왜 왔어,
그 나이가 되고 꽤 큰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사를 했어도 그냥 좋으면 사는줄로 알았다고.
그 바람에 내가 장가를 갔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총각으로 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인간사 모두 신에 의해 정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각설하고 삼십삼년을 함
께한 늙은 마눌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 삼일째 72시간 근무를 하는데 내일 아
침 퇴근을 하면 우리 마눌 좋아하는 보라색 꽃묶음으로 고마움을 대신해야지. 그래도 결
혼기념일과 마눌생일은 아직 한번도 잊지 않고 기억을 했는데 어느해 부턴가 현물을 요구
하기 시작을 했지.
ㅎ ㅡ ㅎ ㅡ ㅎ ㅡ .
다리를 다친 동료가 내일 출근을 해서 관리소장 면담을 한다는데 좋은 결과가 되기를, 그
리고 잘 치료하기를 바란다.
마눌,
미안해도 축하해!
-2020. 7. 2. 칠십이시간 근무를 시작한 날에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