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동 일기(699)
오늘 아침에 출근해 잠깐 감시반 걸레질을 하다 관리팀장에게 훈계를 듣고
기가 막혀 숨이 멎었다. 청소는 일과시간이 끝나고 해야지 근무시간에 뭐 하는
거냐 하고 당장 치우라는 거다. 이 곳 감시반은 우리 두 기사가 격일로 이십사
시간을 민원이나 공용시설 점검을 하는 시간을 제하고 있는 곳이고 지하 6층
주차장과 붙어 있어 청소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것도 하루 종일이나 아님 시간
을 많이 들여 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하는걸 한달 전에 와서부터 못마땅해 하는
걸 모른척 했다. 여기는 자기가 참견을 할 데가 아닌데 관리사무소에 자기 자리
놔두고 여기에 오는 것도 불편하거늘 왜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처음 왔을 때
정리도 안되고 너무 지저분해서 둘중 나라도 치우고 지내는걸 왜 지가 뭔말로
OO을 하는지 참느라 혼이 났고 이런 과장을 본적이 없어 함께 근무가 어려울거
같아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다시 생각을 해야겠다. 어차피 작년 11월부터 퇴직
금 손해를 보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마음 편한곳에 가야 내가 살 수가 있다. 이
업종이나 내 나이에 진급을 할 것도 아니고 보통 관리소장이 `을`의 갑질을 하는
데 관리과장이 나이 먹은 기사들에게 건방을 떠는건 처음이라 더 기가 막히다.
어제아침에도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가 베란다에서 무엇을 찾는데 건드리지 말
라는 마눌 때문에 치밀었는데 가뜩이나 좁은집에 여기저기 벌려 놓은걸 정리하
고 치우면 고마워는 커녕 자기 둔데로 두지 않는다고 거꾸로 해대니 싸우기 싫어
아침 얼른 먹고 쉬지도 못하고 나와 과천대공원 가려고 전철을 타고는 오이도행
이라 거기도 가본지 오래라 오이도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가 내리니 바닷바람
에 몸을 가눌 수가 없어 간신히 빨간등대앞까지 도착 해물포차를 지나 갯벌체험
장에서 갈매기 군무를 보고 사진몇장 찍고 돌아 오는길 홍대앞 옛 청기와주유소
뒤의 설렁탕집애서 소주한잔하고 들어 갔다.
집에서도 나와서도 마음편한데가 없으니 어찌 살아야 하나. 이게 모두 준비없이
살아온 내 탓이니 누구 원망도 못하고 산다.
내일은 어떤 해가 뜨려나,
-2020. 3. 16. 쌀쌀하지만 하늘은 맑고 쾌청하다.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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