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근소년의 노래"
"늘근소년의 노래" (173) 설 날.
연희 나그네
2020. 1. 23. 17:14
설 날
-박 지운-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왔어요.
나이롱양말 한켜레
얻어 신었던
아주 먼 옛날의
설날이 떠오릅니다.
음력설을 쇠지 못하게
구정이라고 漢文으로 만든
그 설날에
우리집에서는
두 분씩 세번의 떡국을 올리고
차례를 지냈지요.
집성촌이라 제사를 모시는 집중에서
세 번째로 지내고
다음집으로 갔어요.
그렇게 열집정도를 돌고 나면
정오가 가까웠지요.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
그때 생각을 하니
날도 엄청 추웠고
찬바람 들이치는 옛날 부엌에서
며칠 째 음식 장만을 했던
우리들의 엄마와 누이들 생각에
가슴 한편이 저며 옵니다.
그래도 갈 수 있다면
잠깐이라도 그 시절로
가보고 싶은 오늘 섣달 스무 아흐레.
-2020. 음 12. 29. 평생학습관 자료실에서 "연희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