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613)
이틀을 쉬고 출근하는 날 마음이 편하지를 않았다. 오늘 절임배추가 오면
김장을 해야 하는데 누가 와서 도울 사람도 없고 마눌 혼자 해야 하니 보질
않아도 절절 매고 한가지 해놓고는 쉬어야 할거고 김장 해놓고 몸살이라도
나면 그도 보기 힘들테니 일을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지만 오늘 따라 괜히 바
빠 오후에야 전화를 했다. 네시쯤이었는데 그제야 반쯤 했다고, 배추도 오후
늦게 오고 혼자 하니 더 늦어졌다고 했다. 무어라 할 말도 없고 천천히 하고
치울 거는 그냥 놔둬라 내가 내일 아침 퇴근해서 할테니 하고 말았다. 본인이
누구네 김장을 도와 주지도 못하고 또 누가 도와 준다 해도 점심 해먹이는게
더 힘들다니 어쩌랴, 그래도 처제는 웬만하면 언니를 도우려 할텐데 자기 일이
있어 그런지 요근래는 도와주러 왔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 그러니 누가 알고
도우러 오겠는가. 서방이 쉬는 날이면 같이 할텐데 그도 아니고.
그래, 이 김장도 우리 마눌이 자기가 사먹는걸 마다하고 조미료도 신혼 초부터
쓰지 않았으니 힘들어도 해서 먹지 않으면 진즉에 그만이었을 걸 생각하면 두
말 않고 고마운거지.
기온은 내려 갔어도 바람이 없어 오늘은 견딜만 했다. 그래 난방도 점심 무렵
까지 공급을 하고 말았어도 춥다는 민원도 없었고. 어쨌든 서민들은 더위나 추
위가 약해야 좋은거다. 올 겨울도 농사에 조금 지장이 있어도 따뜻했으면 좋을
시고.
-2019. 12. 3. 여러가지로 분주했던 날에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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