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525)
세상 참 좋아졌다.
내가 일기를 쓰고 있는 이 곳은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 가정법원과 행정법원이 함께 있는
청사 일층 가정법원 민원실이다. 문서작성을 할 수 있는 컴이 네대나 있고 서류도 무료로
뽑을 수 있는 거 같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물론 여기에 오는 일이 모두 불편한 일이니
그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작년 이맘 때 쯤 한번 오고 오늘 두 번째 재판인데 그도 원 피고를 한 날 한시에 불러 한 곳에
세우니 가정법원이면 가족들이라는 말인데 이게 잘못된 일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하려면 재판 하는 날에 와서 바쁜 판사에게만 할 수 있다는 거다. 담당 주사하고도 통화를 할 수
없고 젊은 여성직원과만 통화가 되는데 원론적인 답변 외에는 들을 수도 없고. 관공서 특히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일반직원들의 위세도 대단해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가 안하무인이다. 전부
는 아니라지만 두어 달전에 담당직원과 통화를 하다 근무중에 이 곳까지 온적도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지 감이 올거다. 여튼 오늘이 이 곳에 오는 마지막 날이 되면 좋겠고 만에 하나 벌금이라도
나오면 정식으로 변호사 없이 재판을 할 각오다.
평생 처음 받는 치욕인데 무엇으로 갈음 해야 하는가.
-2019. 7. 5. 가정법원 민원실에서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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