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

#.연희동 일기(513)

연희 나그네 2019. 6. 17. 10:40








  




오늘은 내가 태어난 날이다.
1954. 음 5.15 일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위로 누이 셋이 있는 집의
맏아들로 태어 났으니 할머니께서 얼마나 좋아 하셨을까 상상이 된다. 지금은
돌아 간지 오래 된 맏누이 아래로 사내가 태어 났었지만 누이와 둘이 홍역을
앓다 누이는 살고 동생인 아들이 죽는 바람에 호적에도 올라 보지 못한 내 형은
그렇게 떠나고 다 늦게 태어난 내가 맏아들이 되었다. 돌아 가신 아버지께서
여러가지로 福이 없으셔서 내가 일곱살 일학년 가을에 지병으로 매일 아프던
우리 엄마가, 내 아래 개띠 동생은 세 살에 돌아 가셔 띠동갑 열아홉 살 맏누이가
살림을 도맡아 삼 년후 새엄마가 오실 때까지 집안 살림을 했고 어린 동생도
챙겼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그래도 새엄마를 잘 만나 칠남매
모두 잘 자랐지만 맏누이가 혈압으로 1992 년에 돌아 가고 둘째 누이는 1978 에
미국에 이민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리고 막내로 태어난 남동생은 지금 아프신
엄마를 병원에서 이십사시간 간병을 하는데 맏이인 내나 형제들이 빚을 지고 있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엊그제 토요일에 엄마가 병원을 옮기셨는데 그 전날이 생일이었던 막내매형을 작년

겨울에 장가를 간 둘쨰 조카가 날짜를 잘못 알아 하루가 지나 엄마 병원앞에서 다른

누이와 나까지 불러 점심을 먹고 케잌을 나누었는데 바로 이틀 후 생일인 내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헤어 졌다. 집에 와서 그러더라 얘기 했더니 그 전에도 그랬다는거다.

나도 나이를 먹었음일까 이번에는 조금 서운했지만 엎드려 절받는 것도 싫고 해서

어제 근무날 저녁에 하나님 믿는 사람이 평소 보다 더 마셔 아침에 속이 약간 쓰렸다.

그냥 축하한다고만 했어도 되는데,

ㅎ ㅜ ㅎ ㅜ .


오늘은 오랜동안 단골로 다녔던 책방에서 무얼 좀 도와 달래서 동교동 산울림소극장

부근에 가는 길에 학습관에 잠깐 들러 일기를 쓴다.

귀가해서는 마눌이 바람이라도 쏘이러 가자고 하니 나가봐야지.




-2019. 6. 17. 아침보다 기온이 올랐다.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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