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
#.연희동 일기 (491)
연희 나그네
2019. 5. 12. 09:12
오늘은 석가탄신일이다.
우리들이 어릴 때인 6. 70년대에는 거의 모든 집들이 불교신자였다.
일종의 기복신앙이었지만 지금처럼 종교개념보다는 옛부터 이어지던
일종의 관습이었지. 관혼상제는 유교의 전통을 따르고 초파일이면 절에
가서 연등도 달고 절도 하고 하는 식이었다. 우리집도 엄마가 오시고는
아버지가 보신탕도 드시지 않을 정도로 바뀌었고 제사를 지극정성으로
모셨지만 절에도 열심히 다니셨다. 초파일이면 절에 가셔서 식구들을 위해
연등도 다셨고.
나도 절이 좋았고 산에 오르다 절을 만나면 대웅전에 들어가 절도 하고
기회가 되어 절밥을 먹게 되면 그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빠지곤 했다.
물론 지금과 마찬가지로 어떤 음식이든 잘 먹었지만 자주 먹을 수 없던
절밥맛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는데 지금의 절밥은 그 때와는 사뭇 다르다.
세상이 변하니 절도 변하고 절밥도 변하는 거다.
지금은 엄마도 미국생활 하시는 동안 기독교로 개종을 하셨고 나도 마눌 따라
교인이 된지 삼년 반이 되었지만 그래도 엣날의 향수는 남아 그 떄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이렇게 석가탄신일, 부처님 오신날이 되면 지금도 향수에 젖는다.
온 세상에 부처님의 자비가 퍼지기를 합장으로 대신한다.
-2019. 5. 12. 부처님 오신날 아침에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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