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477)

연희 나그네 2019. 4. 17. 19:07





  




어제 아버지 산소에 다녀 왔다.
늘 그렇듯이 혼자 가서 향피우고 포와 과일 하나씩 차리고 절을 올렸다.
지금은 나도 교회에 다니지만 아버지는 우리가 살던 집성촌인 신길동에서
손재주가 좋아 집안 큰일의 굄새도 혼자 하셨고(나중에 집안의 누이 한 분이,
맏누이와 동갑이고 나와 띠동갑이었는데 그 시절 수도여자사범대학, 지금
세종대 가정과를 나와 함께했음) 집안 어른들의 염도 혼자 하실 정도였으니
저도 눈여겨 보고 자라 아무리 예수를 믿어도 십여년 전까지 제사를 모셨던
나는 묘소에 가면 절을 한다. 며칠 전의 당숙모 상가 에서도 마찬가지였구,
신이나 우상을 떠나 우리들의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아버지가 묻힌
산소이구.
오는 길에 마눌과 종로6 가에서 만나 구기자묘목 두 그루를 사와서 우리집 뒤
작은 화단에 심으려다 105호 노인분이 자기가 만든 밭인데 허락도 안받고 심느
냐고 해서 싫은소리 주고 받다 마눌앞에서 나를 때려 큰 싸움이 되고 말았는데

평소에 삼년반을 지내면서 나름 어른대우를 했건만 그리 놀부심보인줄 모르고

지낸게 신기하지만 어제 보니 그 양반 얼굴에도 써있더라.

각설하고 내 탓이다. 더 참았어야 할것을.

오늘은 출근해 월별 세대 전기검침을 하고 오후에는 민원도 두어군데 다녔고

네시쯤 소방안전 재시험 접수를 하러 갔더니 오전 일찍 끝나고 다음 시럼접수는

다음달에나 있다고 해서 또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에게 얘기해 봐야 소용이 없어

그냥 오면서 국가자격도 아니고 한국소방안전관리원이라는 협력단체에 교육과

자격시험을 위임한 국가가 웃기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거다. 가스안전관리자도

마찬가지구, 5일 교육에 21만원 씩이나 받아 먹고 몇해 전부터 시험을 어렵게

출제를 해서 합격율도 대폭 낮춰 놓았는데 무슨 국가고시도 아닌걸 이렇게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수요가 많으면 시험을 더 늘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라질 이래 저래 또 치민다.





-2019. 4. 17. 벗꽃과 목련이 지는 시절에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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