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일기(407)
오늘 아침에 집에서 나와 남산에 가볼까 하고 남대문시장에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굿모닝에 같이 근무하다 나처럼 계약종료를 당한 분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오늘은 집에 있다고 송추집으로 오라고 해서 서울역 환승센타에서
전철로 갈아 타고 연신내역에서 버스를 타고 송추에 내려 전화를 했더니 받지를
않아 송추계곡쪽으로 오르면서 둘러 보니 하도 오랜만이라 낮이 설고 방향감각
도 가물 가물 했다. 결혼초에 교외선 열차가 운행을 할 때는 가끔 다녔는데
어느 해 운행이 중단되고 부터 다니지를 못했으니 아마 이십년쯤 지나지 않았나
싶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니 등산복 차림의 중년들이 많아 출근길 만원버스
처럼 움직일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칠십년대와 정반대 현상에 세월이 흘렀음을
실감했다. 그 당시에는 중년이상인 분들은 먹고 사는 문제로 산에 다닐 여력이
없어 이십대였던 우리 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요즘은 젊은이들은 거의 없고 우리
같은 중년의 늙은이들이 화려한 등산복에 세련된 화장을 하고 줄지어 오르는걸
볼 수 있다. 격세지감,
오늘 만난 분은 굿모닝 시티에서 오래 근무를 칠년 이상을 했던 분인데 칠월에
내가 나오고 구월말에 역시 계약종료를 당하고 나와 궂은일은 모두 자신에게 맡겨
처리 하고 끝에 가서 그만두라는 바람에 인간적인 배신감에 회사를 상대로 공개적
인 저항을 하고 있는데 내 보기에 가능성은 적지만 끝까지 하라고 격려를 하고
왔다. 왜냐하면 나도 일년 열심히 근무를 했지만 소장이란 작자가 제가 원하는 똘
마니 노릇을 안한다고 계약연장을 한다고 얘기 해놓고 이십여일 후에 말을 바꾸는
더러운 경우를 당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점심 잘 얻어 먹고 한잔하고 왔는데 나이도 위인 분에게 점심대접을 받고
와서 미안하다. 갚을 날이 있을텐가, 있겠지.
오늘은 기온이 올라 참 좋은 날이었는데 낮술에 취해 집으로 와서 한잠하고 동네
PC방에 내려와 일기를 쓰고 있다. 이제 내일 하루만 쉬면 모레부터는 새로운 직장
으로 출근이다.
잘 해보자.
- 2018. 11. 4. 가을에 흠뻑 취한날 "연희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