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동 일기 (373)
어제 오전 퇴근해 양재동 가정법원에 가서 새파란 여판사앞에 섰더니
아들하고 사이가 어떠냐 말을 안하고 지내나 본데 가족 모두가 상담을
받아 보고 다음주에 다시 오라고 해서 내가 벌어 먹고 사는데 자꾸 오라 하면
일은 언제 하느냐 그리고 한집에서 같이 사는데 무엇이 문제냐 내가 누굴
때릴만한 체격이나 되느냐 해도 그냥 그대로 하라고 하길래 나와서 밖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이게 무어냐 이보다 더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이리
한가하냐, 억울해도 할수 없다고, 그래서 문제가 있으면 바꿔 나가야지
당신들이 안하면 내가라도 하겠다 하고 왔지만 정식재판을 청구하려면 시간
과 비용이 있어야 하는데 어쩔까 생각중이다. 어제 법원에 가기 전에 보호
관찰소인가에 가서 두시간 이상을 설문에 답하고 역시 젊은 여직원에게 세세
하게 상황 설명을 하고 왔는데도 이런 판결을 하니 속이 터져 혼이 났다.
갈때에는 그래 내가 빌미를 주었으니 그냥 미안합니다, 반성하고 있으니 잘
판결해주세요 하려던 것이 이리 되니 화도 치밀고 기가 막혀 어쩌지를 못하겠다.
상담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아야 대처를 하지.
지금 근무지에 온지 한달이 되었는데 이 곳에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지가 선임이라고 나를 가르치려 해서 속으로 웃고 말았더니
오늘도 일지쓰는 문제로 건방을 떨어 한마디 했더니 자신으ㅢ 잘못을 인정을
하라나, 가는데마다 일지 자체를 요즘에 맞게 바꾸어 놓는 사람에게 참 웃기지도
않는다. 다른건 몰라도 이 정도 서류는 소장들도 인정을 했는데 갈수록 동료들의
수준이 떨어져 가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어쩔거냐 그래도 버텨 봐야지.
- 2018. 8. 18. 가슴이 서늘해 지는날에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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