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근소년의 노래"

"늘근소년의 노래" (98) 동이 트고 있어요.

연희 나그네 2017. 2. 7. 07:40


 

 

 

 

 



동트는 새벽에
- 박 지운 -


하루 종일
공복을 느낀다.
무엇이 고파서
이 단구의 내장을 채우지 못하고
세 끼를 넉넉히 흡입을 해도
이리 포만을 원하는가,

지금 이 순간
겨울 방학이면 내려 가던
수원 영통부근의 벌터
외갓집에서 기르던 일하는 소가
그리워 진다.
산이 없는 동네라 `벌터`
해서, 쌀겨로 소죽을 쑤려면
반드시 돌려야 했던
아궁이에 바람을 보내 주던 풍구,
그 녀석도 보고 싶구
그 시절 6,7ㅇ년대를 함께 보냈던
외사촌, 이종사촌 형제들 중
윗분들은 세상을 뜬분들이 여럿,

그 시절의 빈곤이
지금도 나를 채워 주는데
외갓집과 두 이모네가 살고 있던,
사남매중 막내였던 우리 엄마만 서울에,
당시에는 우리 동네에도
내가 철이 들기 전에는 밭이 있었지만,

병으로 일찍 세상을 뜬
둘째이모와 우리 엄마는
지금은 잊혀진 여인네들,

둘째이모네 안마당에 깔렸던 멍석에
이종누이가 끓여 주던
수제비와 칼국수가 이렇게 추운 날
그리움의 눈물 한방울,

그래 무엇이라도
다시 채우고 오늘을 살아 내야지.

- 2017. 2.7. 신 새벽에 원효로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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