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ㅇ장똘뱅이의 추억(다섯 번째)

연희 나그네 2015. 11. 30. 07:44




그렇게 시작된 노점의 철거는 연중행사가 되어 1992년 여름까지 계속되었고 그 이후로는
상가사람들의 진정도 줄어 들어 그만 나오게 됩니다. 진정도 힘이 들었는지 아님 노점이
활성화 되어 상권이 살아 남을 느꼈는지 1997년 봄에 그 시장을 떠나 서울로 돌아 올 때까지
숱한 마음고생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렇게 첫 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는데 물건도 많아지고 자리는 잡혔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시장에 내려 오는 주부들도 적어지고 설상가상으로 11월 초에 다시 단속이 나와서
일체의 천막을 철거 하게 하고는 다시 치는 것도 막기 시작했지요. 해서 박스로 만든 좌판
하나만 놓고 그 추운 겨울 바람을 다 맞아 가면서 길에 앉아서 겨울을 맞았는데 얼마 후부터
눈이 내리니 물건을 진열할 수가 없어 네 기둥과 지붕을 다시 설치하고 장사를 계속했습니다.

그 해에는 날씨도 엄청추웠고 (우리 느낌일 수도 있지만 지금과는 달랐음) 눈도 많이 내려서

치울데가 없으니 시장길 한 가운데에 쌓아 놨는데 그 눈이 겨우내 남아 이른 봄이 되어서야

없어 졌습니다. 우리가 팔던 "수입품"은 쉽게 팔리는 물건도 아니어서 연탄난로(그 것도 옆에서

붕어빵을 팔던 분이 구해준, 19공탄을 두개 넣는) 하나를 안고 찬바람에 오들 ㅇㄷ떨면서 밤

열시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추위는 참으면 되지만 물건이 팔리지를 않는 게 문제였지요.

겨울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장사를 해서 늘여 놓은 물건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하나, 둘 줄기 시작

했는데 겨울이 깊어 갈 수록 당장 생활도 걱정이 되어 마눌이 생각해낸 것이 그 당시에 유행되기

시작한 호박죽을 팔아 보자는 거였지요. 부천시장에를 가서 그 크고 무거운 늙은 호박을 사와서는

집에서호박죽을 만들어 들통에 담아 가지고 가게로 나오면 일히용 그릇에 담아 제가 팔았습니다.

날도 추운데 둘이 고생을 할 필요가 없어서 저 혼자만 가게에 나가고 있었거든요. 그 해 겨울,

집사람은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왜 안그랬겠어요. 그 추운 날 한데 앉아서

지내는 남편ㄴ생각에 집에 있어도 가시방석이었겠지요. 헌데 호박죽이란 것이 당시 백화점이나

대형 상가에서는 잘 팔렸지만 동네시장,그도 조그만 시장에서 한 두번 사먹지 자주 먹을 음식이

아니라오래 팔지도 못하고 1989년 겨울, 그 모질게도 추웠던 겨울을 그렇게 견뎌냈습니다.

 

- 중   략 -

 

(제가 이글을 올리는 이유는 그 시절의 반추이기도 하지만 저의 꿈인 "글쓰기"의 연습이기도 합니다)

 

- 2015.11. 마지막날 아침에 "연희 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