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연희동 일기(13)
어제 오후에 마눌과 신길동 엄마 병원에를 갔었는데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흘러 혼자 1층 로비에 내려와 있었더니 삼십여분이 지나
동생과 마눌이 내려와서는 가자고 해서 동생과 엄마를 남겨 놓고 병원을 나서면서
내가 참 죄인이구나 했습니다. 장남이라는 O이 막내동생에게만 맡겨 놓고 아무
도움도 주지를 못하니 옛말처럼 억장이 무너져서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아니 됩니다.
제 형수에게 이제는 정말 힘들다고 하더랍니다.일년 여를 엄마 간호에 매달렸으니
어떻겠습니까. 형이 둘이고 누이도 둘인데 막내에게만 맡겨 놓고, 그냥 떠넘기기만
한 것은 아니고 사정들이 있지만 그래도 미안하지요. 뭐라고 얘기를 못하겠어서
그냥 오는데, 제 형마음은 어떻 했을까요. ㅠㅠㅠ.
병원 가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한대로 마눌을 혼자 보내고 저는 당숙모네로 갔는데
어제같이 비가 쏟아 지는 날 관광을 가셨답니다. 뵙지도 못하고 나와서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친척인 녀석에게 전화를 했더니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못 만나고 동창
녀석에게 연락하니 그 놈두 일하고 있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우신국교 동창회장에게
전화, 만나기로 해서 삼개월만에 만났지요. 이 녀석은 제가 학교를 지나다 100
주년행사 현수막을 보고 연락을 해서 지난 8월에 처음으로 만났던 친군데 서울의
경우 우리가 국교를 다닐때인 60년대 초에는 전쟁 후에 태어난 아이들이 너무 많았
으나 학교는 적고 해서 한 반에 80여명이었고 한 학년에 10몇 반씩이 있던 때라
운동회도 한 번 못했을(누이들 할때 가봤던 기억만 있음)정도였으니 한 동네에 살지
않으면 얼굴도 모르던 시절이어서 그 날이 처음 본 날이었지요. 반갑게 만나서 저녁
을 먹으면서 쐬주도 마시고 지난 번 만났던 날은 제가 전주가 있어서 취했기 때문에
같이 나눴던 얘기들이 생각이 나지를 않아 미리 양해를 구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다
시 주고 받았는데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고도(과정이 달라서)몰랐고, 이 녀석 살아온
과정이 참으로 대단해서 제가 부끄럽다고 얘기를 했지요. 지난 가을에 100주년 행사
안내문자를 받고도 가보지를 못해서 미안하다, 너무 힘든 일이 겹쳐서 그랬는데 잘
치뤘냐 묻고 다음에는 동창들 한 번 보고 싶으니 참석해 볼께 했지요. 그리고는 음식
집을 나와 서는 아주 오랜만에 노래방에를 가서 스트레스를 날렸는데 여자동창이 한
명 나와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니, 저와 동갑내기이고 6학년 때 한 반이었던 친척이
자 동창인 녀석을 알고 있더라구요. 집안일에 참석을 잘 안하고 십여년 전에 저한테
동창들이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해서 억수같이 비가 쏟아 지던 날 안산에까지
가서 만났는데 술김에 제가 뭔 실수를 했다고 해서 그 비를 맞고 혼자서 서울로 돌아
왔던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저를 본 기억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미운감정은 있지만 오늘 다시 알아 보기라도 해야겠습니다. ㅠ.
그리고 어제도 결국은 뭔 말실수룰 또 해서(ㅎ) 여자 동창을 화나게 하고 두명이 저
를 택시로 집 앞까지 태워 주고 돌아 갔습니다. 보내면서도 너무 미안 했고 지금 아
침에도 다시 미안하군요.
동창들아 미안하다. 다음에 만나서 사과하마, 미안하다.
- 2015.1.8 아침에, 연희 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