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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오늘을 그대에게.

 

 

 

오늘 출근을 했는데 평일에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시간이 되어도 나오지를 않았다.

실장이 출근을 해서야 휴가임을 알았다. 얘기 안 했어요 묻길래 글쎄요 했는데 잊은 건지 잘 생각이 안 납니다. 삐져서 얘기 안 했을 수도 있지요. 뭔 얘기냐 하면 지난번 근무날 세대 검침표 붙이는 문제로 나름대로 알아서 붙였는데 계속 자기 생각을 고집하길래 참지를 못하고 더는 못 고치겠다 하고 사무실로 내려와서 전화답변을 목소리 크게 했기 때문이다. 업무는 개인의 취향대로 할 일이 아니고 정해진 룰이 없으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하는 게 정석이거늘 말도 안 되는 여기 법대로 따르라든가 하던 대로 그대로 하라든가 하는 지시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보일러가동일지에 가스사용량을 적는데 인쇄가 잘못되어 전기사용량 Kw가 표시된 일지를 그냥 사용하고 내가 가스사용량 M3로 고쳐 썼더니 고치지 말고 그대로 쓰라는 식이다. 나는 사회생활은 사무직을 해보지 않았지만 군대생활 삼 년 동안 야전공병 주특기를 받았어도 논산훈련소를 떠나 후반기 교육도 가지않고 바로 5사단 공병대대배치를 받고 그냥 운으로 대대군수과 행정병으로 근무를 해서 삼년동안 기본적인 사무를 배우고 나왔다. 그래서 아파트관리사무소 업무일지 쓰기나 정리, 보관정도는 웬만큼 하는데 근무지 열 군데 중 제대로 쓰고 제대로 정리보관하는 데는 한 군데 정도다. 그래 가는 곳마다 내가 근무하는 날은 내가 쓰고 정리까지 하지만 선임이 있는 곳에서는 간혹 자기가 직접 쓰는 곳도 있다. 아마도 월권으로 생각하나 보다. 검정표지에 석 달 치를 묶어 대여섯 가지 일지를 무겁게 들고 다니고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곳도 있고. 모든걸 내가 있는 동안 편하려면 그냥 그대로 따르면 된다. 억지로라도 그렇게 해야 편하다. 그 모든 걸 따르기 위해 참선수행을 해보기로 하였으니 일단 해보자. 종교를 떠나 생활을 바꿔 보자. 이제 오늘 주간업무가 끝이 났으니 저녁을 먹고 야간 대기에 들어 가자.

 

- 2024. 9. 5. 강남구 삼성동 근무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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