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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어제 예고했던 대로 저녁 무렵 과천 선바위에서 동창이 운영하는 `돼지마을`음식점으로 51년 만에 보는 미국이주민 동기를 보러 가 기쁘게 만났다. 옛 얼굴이 그대로 있어 금방 알아보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만나 隔世之感을 느꼈다. 60명의 동기 중에 아홉 명이 모였지만 정기 만남인 두 달에 한번 모임에도 이제 그 정도가 참석을 한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지는 열댓 명이 모이더니 더 줄어 이제 열명 정도로 줄었으니 나도 웬만하면 참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미국 친구가 나는 기억을 못 하는 우리 과지를 만들던 그때 이야기를 해서 미안했고. 그래도 갑자기 연락이 안 된 내가 기본을 만들어 전달해서 자신들이 등사로 완성을 했다고 한다. 한번 보고 싶다. 누군가 보관을 하고 있으면. 내가 문예반을 해서 내게 맡겼을 거다. 25일에 강원도로 소풍을 간다는데 근무날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그렇게 시작을 한 경비원 생활이 2010까지 만 8년을 하게 되는데 아마도 2010년도에 양재동의 SAG(서울 오토 갤러리)라는 중고자동차백화점에서 기계기사 급여가 너무 적어 경비원 모집공고를 내고 기계기사를 뽑지 않았으면 아마도 지금도 경비원 생활을 했을 것이다. 내가 추진력이 없어 경비원 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뭐 다른 일이 없을까 고민만 하고 벗어나지를 못했지. 처음 경비근무를 시작할 때도 시설관리 분야를 알았지만 일을 해보질 않아 자신이 없어 못했는데 막상 2010에 시작을 하고 보니 그 당시부터 했어도 될 일이었다. 오죽 벗어나고 싶었으면 아내에게 나 뭐 다른 일 할 게 없을까 물으면 그걸 왜 내게 묻느냐 당신이 생각해야지 해서 서운한 적도 있었고, 오래 하게 된 이유 중 한 가지 2015.1.2일에 고3 때부터 만 44년을 피웠던 담배를 끊을 때까지 조울증을 알았고 주기적으로 반복이 되었는데 나중에는 기간이 늘어 우울증이 2년여까지 이어져서 그 기간 우울증이 있을 때는 누가 뭐라든, 동료들이든 건물의 직원이든 공동주택의 주민이든 소위 갑질을 해도 아무 대꾸도 못하는 바보가 되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은 계속 근무를 했다. 그러다 躁症이 오면 아내 말대로 방방 뜨고 다니고 일터에서도 목소리를 높여, 물론 정당한 주장이지만 경비원이든 시설관리직원이든 일반적인 소양도 부족하고 변화를 싫어해 부딪치게 되는 경우다. 지금도 이곳 근무지에서도 1968 생과 둘이 한날 근무를 하는데 3년여 근무를 했다고 같은 주임이지만 자기가 선임이라고 내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해 12.27부터 근무시작을 하고 많이 부딪쳤지만 동갑내기관리소장이 합리적 판단을 하는 분이라 견디고 있고 3.27 수습기간이 지나도 계속 근무를 하게 될 거 같다.

그래도 경비원 생활을 할 때도 누구에게든 직업을 속인 적도 없고 이력서에도 동창들에게 미안했지만 학력이나 학교를 속인 적도 없었다. 언제던가 잠실공원 옆에 있던 LG건물에 경비면접을 갔는데 관리소장이 이력서를 앞에 놓고 자기가 후배인데 여기 근무는 그러니 다른 좋은데 소개를 해주겠다는 경우도 있었고 꼭 좋은 학교 나왔네요는 기본으로 들었다. 한편으로는 좋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창피하기도 했고. 왜 건축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 이제 얘기하자면 자 설계사무소에서는 하루 종일 앉아 도면을 그려야 하는데 내가 보기와 다르게 그렇게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게 힘들고 공사현장이 맞는데 그건 그쪽에서 마땅치 않아 해서 건축을 하지 못했고 또 당시에는 그냥 멍 때리고 아무 일을 할 생각도 안 하고 그 좋은 시절을 버리다시피 해서 지금도 왜 그랬을까 창피해 얼굴이 벌게진다. 장남이 내게 기대를 했던 부모님 생각도 안 하고 불효를 해 지금도 아버지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죄스럽다. 그리고 고교를 졸업한 스무 살짜리들이 설계사무소에서 받는 월급을 가지고 아마도 집에 내놓았을 텐데 그들에게 찾아가 술을 얻어 마신 게 지금은 너무 미안하고 얼굴을 못 들겠다. 먼저 간 김종환이에게 제일 많이 찾아갔고 그다음 허두회에게도 많이 얻어 마셨는데 김종환이는 한 번도 얼굴 찡그리지도 않고 반갑게 맞아 주어 더 생각이 나고 미안하다. 집안 사정도 좋지 않은 걸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내가 늦결혼 후에 먹고 사느라 동창들과 연락을 끊었다 2005년에 문명도가 허두회하고 이문동 외대 앞 두 평짜리 가게를 할 때 이맘때쯤 우리 아내 생일날 들러 그 뒤로 소식들은 듣게 되었고 당시에 만난 김종환이가 제영아 너 그 많던 눈썹이 다 어디 갔니 했던 기억도 나고. 결국은 술 한번 사주지 못하고 보낸 게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두 회는 티를 냈다는 게 아니고 같이 많이 어울려서 종환이하고는 다른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 오늘 여기까지.

 

- 2023. 3. 11. 기온이 올라 낮에는 더워 겉옷을 들고들 다니고 나도 근무날 잠깐 외출을 한동안 겉옷을 벗어 들고 다녔다.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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