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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24)

 

 

 

나흘 동안의 설 연휴가 끝이 나는 날이다.

어제부터 기상예보가 발효되고 오늘 새벽 기온이 많이 내려가 출근 할 때 긴장을 하고 숙소를 나섰는데 그 시간에는 오히려 생각보다 덜 추웠다. 그러더니 출근을 하고 아침 순찰을 돌 때부터 바람도 차고 맹추위가 시작되고 좀 전 보안등 점등을 위해 지상으로 올라가니 찬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고 장갑을 낀 손이 금방 떨어져 나갈 듯 아리기 시작을 했다. 내일도 맹추위라니 또 하루 보낼 일이 걱정스럽다.

오늘 점심시간에 국물이 먹고 싶어 큰길 건너 남성시장에 갔으나 아직 새 물건이 들어 오지를 않아 콩나물도 없고 쪽파가 눈에 띄길래 작은 거 한단을 사다 다듬었는데 며칠이 지난 물건이라 시든부분이 많아 다듬어 논걸 사올걸 하고 후회가 되었다. 한참을 다듬어 마늘과 고춧가루에 소금 간으로 김치를 담갔다. 한참을 두었다 용기에 담느라 간을 보니 조금 짜게 되었는데 그래도 반찬으로 먹을만하다.

나흘 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내일부터 출근을 하는 이들은 날도 춥고 출근하기가 괴롭겠다. 대신 우리는 설날을 포함 오늘까지 이틀을 근무하고 평상으로 돌아가는 내일은 쉬니 이도 괜찮지 않은가.

그나저나 전근무지 동료 한 명이 명절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신경이 쓰인다.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는 도서관에서 지내는데 명절 휴무동안 도서관이 문을 닫았으니 어떻게 지냈는지 걱정을 했더니 우리 아내 당신 가족 걱정이나 하라고 한소리를 했다. 바로 전 근무지 동료고 또 두어 살 아래에 혼자 지내는 이라 신경이 쓰인다. 인연이 무언지 본인의 잘못으로 그렇게 살지만 한편으로는 한심하고 한편으로는 딱하고. 어떻게 살았길래 월수입이 있고 혼자인데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어제 아침 퇴근해 숙소에 잠깐 들린 후 아내와 함께 신정동 서남병원에 가서 셋째 누이와 동생네 부부와 간병하는 막내동생을 불러 주위 음식점을 돌아봐도 한 군데도 문을 연집이 없어 결국 조금 떨어진 서부트럭터미널까지 차를 타고 내려가 설렁탕 한 그릇씩에 무슨 힐링 만두라나 하고 먹고 동생 들여보내고 동생네 부부 그리고 아내하고 헤어져 나하고 누이는 멀리 도봉동 막내누이네에 전철을 타고 한참을 가서 7년 전 뇌졸중을 겪은 매형과 지난 연말에 동네 가게를 접은 누이를 만나 잠깐 얘기 나누고 저녁을 먹고 가라는데 점심도 꺼지지 않았고 올 길이 멀어 싸주는 김치 들고 바로 돌아왔다. 맨날 붐비던 1호선 전철도 어제는 한가했는데 시내로 들어오니 술이 취한 내 또래가 경로석옆에 서서 전동차가 흔들릴 정도로 괴성을 질러 잠이 깨었고 그 고함을 시청에서 내릴 때까지 듣고 내렸다. 술 취한 괴물들, 정말 나도 술좋아 하지만 징그럽고 창피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는데 앞으로 명절을 얼마나 보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형제들 얼굴이라도 보니 좋은데 병원에서 꼼짝도 못 하는 우리 엄마, 올해 아흔아홉이신데 어떻게 하는 게 엄마가 편하실지 걱정이다. 내가 결정을 할 입장도 못되고.

 

오늘 근무도 끝이 나는 시간이다. 이제 저녁을 먹고 쉬도록 하자. 내일 아침까지는 대기를 해야 한다.

 

- 2023. 1. 24. 제주도로 여행을 간이들은 모두 발이 묶였으니 어쩌나.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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