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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어제 정월초하루 근무를 마치고 이제 교대를 해서 퇴근을 하면 임무가 끝이다.

나가서 전철을 갈아타고 신촌에서 마을버스를 타거나 걸어 연희동 내 숙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동네에서 아내를 만나 신정동 서남병원으로 가서 오늘도 엄마는 뵙지 못하고 막냇동생 불러내 아래동생네 부부와 셋째 누이는 올 수 있을는지, 어제 조카들하고 매형산소에를 다녀왔으면 올 테고 그렇게 모여 점심을 함께 할 것이다. 또 이렇게 한 번의 설날을 지내고 가을 추석을 맞이하겠지.

 

열여섯 번째 이야기

 

그렇게 여의도를 떠나 뚜렷하게 내놓을 일도 없이 1987년을 맞았는데 그 해 이월쯤 어딘가를 다녀오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8층 의류상가에서 숙녀복 가게를 하던 친구 부인을 보러 올라갔는데 가게에 같이 앉아 얘기를 나누던 여성이 일어나 나오는 걸 보고 들어가 얘기를 나누고 왔다. 그 친구 부인은 처녀 때 당시 남대문시장, 서울시경 맞은편에 새로 생겼던 새로 나 백화점 숙녀복 점원으로 있던 장사에 능한 분이라 우리 친구(병이 들어 2013에 먼저 감)에게 시집을 와서는 내게 제영 씨는 내가 장사 잘하는 여성을 소개해준다고 했었다. 그런데 우리 아내는 장사를 잘하지도 못하고 작은 가게에 나와서는 책이나 보고 차나 마시고 목공예나 하고 있어 나에게 소개할 대상에서 제외가 된 경우인데 그날 내가 다녀오고 지나는 말로 누구냐고 묻는 바람에 생각을 고쳐 먹었다고. 관심이 있나 보다 하고 며칠 후 우리 신길동 친구들 친목회 날 영등포 먹자골목에서 생맥주집을 하던 친구가게에 저녁에 데리고 나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가게를 하던 그 친구는 바로 옷가게 남편의 옆집이었고 그 두 집의 뒤가 우리 집인 한동네 앞뒷집에서 나는 54음 5.15, 생맥주집 친구는 54. 음 5.24. 그리고 옷가게 남편은 1956 생, 학교는 내가 1960, 생맥주가 1961, 옷가게가 1962에 입학을 했었다. 그 두 친구 중 생맥주는 2009에 일찍 갔고 셋 중에는 나만 남았다. 그렇게 바로 그날 친목회가 있던 날에 나는 다른 약속이 있어 늦게 가니 당시 술집들은 어두운 조명을 해서 어두컴컴한데 앉아 있던 지금 아내를 처음 보고 하도 수수하게 입어 서울 여성아 아닐 정도로 보였다. 하얀 블라우스에 기지바지를 아랬단을 접어 입고 머리는 묶었던 거 같은데 화장기도 없이 그렇게 처음 대면을 하게 되었고 그날 그 자리를 나와 얘기를 들어 보고 아 이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그날 갑자기 친구 부인이 여차하니 같이 가자 해서 자기 말로는 얼떨결에 따라오면서 가게에 있던 바지를 갈아 입어 단을 접어 입었고 그렇게 따라왔다고 했다. 내가 서른넷, 아내가 서른 하나였으니 세상에 별남자 별여자 없는 것은 서로 알만한 나이여서 금방 마음이 통하게 되어 그날 봉천동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나는 결정을 했으니 다음에 만나 답을 달라고 하고 돌아섰다.

 

- 오늘 여기까지.

 

교대자가 와서 내가 가기를 기다릴 테니 이제 숙소로 출발을 하자.

 

- 2023. 1. 23. 정월 초이튿날아침에 근무지에서.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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